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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Pining, Sanson being oblivious as hell, Confessions

Summary : Guydelot might just be in love with someone & Sanson tries to figure it all out.

               기델로가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져있을 지도 모른다 & 샌슨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my heart sings for you - gaebolg

 

 

 샌슨에게도 자신의 영웅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함께 여행하면서, 샌슨은 기델로의 평소 습관 정도는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다. 음유시인이었기에, 새로운 노래를 쓰기 위해 제 영혼을 고양하려 에일을 마시곤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술집에서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 또한 꽤 자주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그 횟수가 더 잦아졌다 해도 샌슨은 놀라지 않았다.

 

 창술사는 그때마다 술집 뒤편에 앉아 제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고, 떠들썩한 청중들에게서 떨어져 있었다. 기델로가 하프를 연주하며 어떤 농부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던 위대한 운명의 여성에 대한 노래를 한 줄 한 줄 부를수록, 그 요란한 소리는 더 커졌다.

 

 기델로가 마지막 줄까지 노래를 끝마쳤음에도, 추종자들은 잔을 들어 올리고 맥주를 바닥에 뿌려대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그 장면을 지켜보던 샌슨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곡 더  한 곡 더 하게!”

 

 기델로는 그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자신도 쉬어야 함을 청중들에게 피력하면서도 쏟아지는 환호를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호가 마침내 가라앉고 유흥의 중심이 무대에서 각자의 술로 옮겨갈 때, 기델로는 무대를 내려와 바 쪽으로 다가왔다.

 

오늘도 인기가 많네?”

 

 음유시인이 다가오자, 샌슨은 다 알겠다는 투로 물었다.

 

내 매력이야 에오르제아 전역에 유명하지.”

 

 샌슨은 그 말에 눈을 굴렸다.

 

 그 말이 사실임을 잘 알고 있었고, 이는 그의 기분을 더 축 처지게 만들곤 했다. 기델로의 음악은 늘 경이롭고 아름다웠지만, 최근 그의 노래 선택은... 샌슨을 걱정스럽게 했다.

 

 샌슨에게 그 음유시인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기델로가 가진 감정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지경이었다. 비록 샌슨은 아직 인정하지 않았지만 변함없이 점점 더 그에게 사랑에 빠지고 있었다. 샌슨은 기델로가 제 파트너의 성별을 그다지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꽤 험난한 방식으로 여행을 시작했었고, 한참을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지냈던  과거를 지고 있었다. 이렇게 간신히 쌓아 올린 우정이었기에, 샌슨은 이를 혹여 망칠까 극도로 주저하고 두려워했다. 

 

 그게 샌슨의 유일한 걱정거리가 아니기도 했다. 

 

 “네 그 매력이 언젠간 널 곤란하게 할 수도 있고, 내가 언제까지나 널 숨겨줄 수 있게 항상 여기 있는 건 아니야.”

 

 기델로는 그 말에 헛웃음을 지으며, 술을 한 잔 더 주문하기 전 들고 있던 잔에서 남은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난 그거 블러핑 같은데. 넌 날 거부못해서 항상 달려왔잖아.”

 

 샌슨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당황스러움에 할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못하자 처음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방금 들은 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제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고 있는지 의식하지 않으려 제 일기장 몇 페이지를 만지작거렸다.

 

 기델로가 알 리가 없지 않은가?

 

 “난 네가 전에 유부녀한테 플러팅하다 벌어진 싸움판 한복판에서 널 또 빼내고 싶지는 않거든.”

  샌슨은 제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지우기 위해, 두 사람이 여행을 막 시작했을 때의 사건을 꺼냈다. 꽤 오래전 이야기였기에, 사실 샌슨 또한 기델로의 코에서 흐르던 피를 닦아내며 음유시인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셔츠를 망쳤다며 투덜거리던 그 날을 거의 잊고 있었다. 

 

 "그건 옛날이고, 난 이제 그런 삶에는 더이상 관심 없어."

 

 음유시인은 방금 제가 한 말에 설명을 덧붙여 주지 않았다. 그저, 술이 새로 채워진 잔을 들고 샌슨에게 희미하게 웃어준 뒤, 제 추종자들을 다시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인파 속으로 다시 섞여들어갔다.

 

 샌슨은 뒤죽박죽 엉킨 생각을 안고, 남은 저녁 시간을 기델로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풀기 위해 고민하며 보내야 했다. 

 

 

 


 

 

 “쿠뽀! 기델로 여기 있어 쿠뽀?”

 모그타는 쌍사당 본부 앞에서 쾌활하게 폴짝이고 있었고, 샌슨은 모그리와 쥐고 있는 작은 주머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가 알기로 기델로는 신병들이랑 아침부터 쭉 훈련 중이야.”

 모그타는 한숨을 푹 내쉬었고, 마치 피곤하다는 듯 땅으로 축 늘어졌다. 애초에 모그타에게 모그모그 고향으로부터 여기까지는 꽤 먼 여행이었을 것이다.

 

 “기델로가 내 날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와 달라고 했었어 쿠뽀! 그치만 난 여기 오래 못 있어 쿠뽀! 오늘 밤에 축하할 일이 있어서 난 할 일이 있다고 쿠뽀! 이걸 너한테 맡겨도 될까 쿠뽀?”

 

 주머니를 쥐고 있던 작은 손이 창술사에게 내밀어졌고, 샌슨은 주머니를 받아들기 전 잠시 눈썹을 들어 올렸다.

 

 “기델로가 뭐라 하지 않을까?”

 

 “괜찮을 것 같아 쿠뽀! 이거 그냥 돌멩이인걸 쿠뽀!”

 

 샌슨은 뭐라 말할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대체 기델로가 왜 돌 하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수고를 하고 있는가?

 

 “아 그래, 그럼 내가 기델로에게 전해줄게. 집에 조심히 들어가.”

 

 “고마워 쿠뽀! 나중에 나한테 편지 보내줘 쿠뽀! 기델로의 발라드를 기대하고 있어 쿠뽀. 요즘 기델로는 사랑 노래를 엄청 많이 쓰거든 쿠뽀. 그리고 우리 족장님은 그중에서도 좀... 야시시한 곡을 좋아하는 것 같았어 쿠뽀...

 

쿠뽀뽀뽀 나 가볼게 쿠뽀!”

 

 모그리는 그렇게 날아가 버렸고, 또다시 홀로 남겨진 샌슨은 늘 하던대로 기델로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늦은 오후, 샌슨은 자신의 궁술 단련을 위해 들판에 나가 있는 기델로를 간신히 찾아냈다. 그날은 평소 그리다니아보다 더운 날이었고, 이러한 날씨 속에서 나무들은 두꺼운 그늘만을 만들어 주는 게 전부였기에, 음유시인이 훈련 중에 셔츠를 벗어던진지 오래라는 걸 발견해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샌슨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기델로에게 다가갔고,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땀이 햇빛에 반짝이는 장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잘 짜인 근육은 또다시 당겨진 활과 함께 움직였고, 입술은 화살이 과녁을 명중하는 순간까지 슬쩍 벌어져 있었다. 

 

 고개를 휘저어 상념을 떨쳐내며, 샌슨은 간신히 제 모든 지혜를 끌어모아 바보처럼 멍하니 쳐다보지 않고 들판을 가로질러 기델로에게 걸어갔다.  

 

 “낮에 손님이 왔었어. 모그타가 들렀거든.”

 

 기델로는 제 친구의 시선을 마주하고는, 훈련 때문에 조금 숨을 헐떡이고 있었음에도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났다.

 

 그 웃는 얼굴을 자세히 보느라 주의를 뺏기지 않으려, 샌슨은 재빨리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좋은 깜짝 선물이네.”

 기델로는 주머니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샌슨은 움직이는 손가락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샌슨은 그런 제 반응을 깨닫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게 뭔데?”

 

 “그냥 조금,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야.”

 

 기델로의 장난 섞인 목소리가 주는 힌트는, 작은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게 무언가 중요한 것이라는 뜻이었기에 샌슨은 눈살을 찌푸렸고, 제게는 대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자 속으로 발끈했다. 대체 기델로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보통은 훈련과 술, 노래 외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모그타가 고작 돌 하나를 들고 모그모그 고향에서부터 여기까지 날아오게 해 놓고서, 그게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라는 말이지. 내가 널 못 믿어도 어쩔 수 없다는 거, 잘 알 거라고 생각할게.”

 

 “돌머리 샌슨님의 인내심이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네. 곧 알게 될 테니까 너무 고민하지는 마.”

 

 창술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항복의 표시로 양손을 들어 올렸다.

 

 


 

 

샌슨은 하루하루 고민하면 할수록 점점 더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조각이 빠진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다. 샌슨은 평소의 기델로의 행동거지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최근 행적들은 평소와는 도저히 거리가 멀었다.

 

 사랑에 대한 노래는 음유시인들에게는 가장 흔한 소재 중 하나지만, 기델로가 그 노래를 쓰고 부르는데 쏟는 시간은 샌슨의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 돌? 그게 정말 평범한 돌인가? '돌'은 정말 다양한 많은 것들을 내포하는 말이며, 심지어는 보석일 수도 있다. 샌슨의 추리는 그게 누군가에게 줄 선물인 것은 아닌가?하는 결론까지 도달했다. 

 

 기델로가 정말...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졌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샌슨은 기델로와 함께 시간을 보낼 변명거리를 모조리 찾아내며 사소한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즘 대장님은 기델로와 굉장히 딱 붙어 계시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병 중 한 명은 거의 농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풍문을 흘렸지만, 샌슨은 그것만으로도 늘 얼굴을 붉혔다.

   

우린 동료야. 당연히 얼굴 보고 있는 시간이 길지.”

 

 그게 항상 샌슨의 변명이었다.

 

 하지만 기델로가 쓴 새 노래의 가사를 고치는걸 돕는다는 미명 하에, 두 사람이 거의 매일 밤 같이 집에 가고 있다는 점은 샌슨의 변명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함께 보낸 시간의 절반 정도는 일의 집중과는 거리가 멀었고, 둘 다 별을 천장삼아 누워 기델로가 읊어주는 어린 시절 옛이야기들에 빠져있곤 했기 때문이었다.

 

 샌슨은 기델로의 미소만 보면 약해지는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요즘 따라 더 자주 보였고, 샌슨은 이기적이게도 그 웃음이 항상 제 것이길 바라는 자신을 발견했다.

 

 

 

 


 

 

 샌슨이 기델로에 대한 수수께끼의 답을 얻기까지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음유시인 주력 부대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첫 훈련을 마치고, 신병들이 모두 공식적인 계급을 얻는 날이었다. 이는 당연히 축하할 만한 소식이었으므로, 그리다니아 전역의 술집들은 웃음소리와 흘러넘치는 에일[각주:2]로 가득찼다. 오늘 밤에는 아무도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기델로! 그 망할 개자식에 대한 노래 불러줘!”

 

 “아냐, 그 저주받은 놈에 대한 거로 해줘!”

 

 “그게 그거잖아 이 멍청아!”

 

 계속해서 늘어나는 사람들 때문에, 샌슨은 술집이 가득 차도록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며 문 쪽으로 쫓겨나다시피 해 구석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기델로는 간신히 시끄럽게 떠드는 이들을 진정시키며, 그들이 고른 노래를 불러주겠노라 달래는 동시에 하려던 말을 먼저 선수를 쳤다.

 

"좋아, 다 괜찮은데, 내가 먼저 새로운 곡부터 부르게 해 줘."

 

 새 노래가 나온다는 말에 사람들의 함성은 더 커졌고, 음유시인이 빨리 노래를 불러주기를 기다렸다. 하프 위의 손가락들이 먼저 줄을 튕길 때까지는 소음이 거의 줄어들지 않았지만, 기델로가 첫 가사를 노래하기 시작하자 술집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금빛 옷을 입고, 내 영혼을 훔쳐갔죠

내 심장은 그의 손에 달렸어요

그 자신도 이를 모르고, 변덕스럽기까지 하죠

나는 그를 이토록 바래왔는데

 

열병에 걸린 것만 같죠

평온함이란 내게 마뜩치 않죠

그의 입술이 이렇게 반짝이는데

그를 어루만지는건 그저 꿈일 뿐이죠

 

아직도 나는 꿈을 꿉니다

이 늦은 밤에도 그래요

내 희망은 아직까지 진심으로 울립니다

내 사랑이 그렇듯이요

 

 

Clothed in gold, he stole my soul

My heart clasped in his hold

Unbeknownst to him, on a whim

How I've grown to long for him

 

Infuation as it seems

Serenity for the obscene

Oh how do his lips gleam

To caress him is but a dream

 

Yet dream as I might

On this very night

My hope still rings true

Just as my love does too

 

 

 모두를 침묵의 도가니에 빠뜨린 건 아마 기델로의 목소리에 한껏 담긴 감정이었을 것이다. 샌슨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기델로의 입에서 가사가 한 줄씩 흘러나올 때마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것을 느꼈다. 만약 이 남자가 누군가에게 열렬한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면, 이건 샌슨이 바보라는 뜻일 테니.

 

 음유시인이 노래를 끝마치자 이상한 기분이 밀려들었고, 술집은 유려하게 짜인 노래를 향한 함성과 박수갈채로 가득 찼다. 허나 샌슨은 마치 날카로운 칼이 제 심장을 찢어버린 것 같아서, 떨리는 손을 붙들고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도 불안감을 떨쳐낼 수는 없어서, 결국 당장이라도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에 사람들을 밀어내고 바에서 뛰쳐나갔다. 

 

 술집의 소음이 충분히 멀어지고 나서야, 샌슨은 조금이나마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목은 꽉 막힌 채였고, 금방이라도 밀려든 감정에 항복해 돌이킬 수 없을까 눈을 질끈 감았다. 

 

"벌써 가는 건 아니라고 해줘."

 

 그 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샌슨은 떨림을 주체하지 못했다. 단 한 번이라도 기델로를 바라보면 제 감정이 저를 어떻게 배신할지 두려워져서, 샌슨은 감히 뒤돌아볼 용기가 없었다.

 

"아냐, 그냥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델로는 샌슨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며 동의의 의미로 투덜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다 샌슨 주변 공기를 감지하자 몇 풀름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고, 그저 뒤돌아선 샌슨의 반응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내 노래 어땠어?"

 

 "그거... 엄청 좋더라."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다. 샌슨은 그 사실을 깨닫자 긴장감에 굳었고, 기델로가 한두 마디만 더 말한 뒤 자길 두고 가버리길 바랬다. 그가 홀로 평온 속에서 고통받을 수 있도록. 

 

 "그거 기쁘네."

 하지만 기델로는 떠나기는커녕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샌슨은 다가오는 발걸음에 부서지는 나뭇잎 소리에 초조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눈을 꽉 감고, 호흡을 최대한 고르게 내쉬려 하면서, 매 순간마다 커지는 고통 때문에 기델로가 한번이라도 더 입을 연다면 제 상처를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알다시피, 넌 정말 뻣뻣하고 둔한 사람이야. 이건 내가 감안하고 있어야 했기는 하지만."

 

 가장 약해져 있는 순간 그에게 던져진, 진실이 내포된 장난스러운 잽에 샌슨은 분노했다. 기델로가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하지만 끓어오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입을 열려는 순간,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말들은 완성되지 못한 채 흩어졌다. 

 

 기델로는 샌슨을 뒤에서 껴안았고, 두 사람의 몸이 겹쳐지는 순간 따뜻한 온기가 밀려들었다. 기델로는 귓가에 대고 이야기하려 고개를 파묻었고, 샌슨에게 들려온 목소리는 위로라도 하려는 듯 낮았다.

 

"그 노래는 위해서 쓴 거야."

 

 샌슨이 그 말을 이해하는 데는 잠깐의 시간이 걸렸지만, 곧 세워둔 벽이 와르르 무너지며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천천히 기델로의 품에서 긴장을 풀었고, 마침내 눈을 떴을 때 기델로의 한쪽 손이 무언가를 쥐고 있느라 말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처음부터 말 안 해줬어?"

 

"그럼 깜짝 선물이 아니잖아?"

 

기델로는 고개를 숙여 샌슨의 볼에 입술을 대고, 이미 떨어지고 남은 눈물 자국 위에 키스했다.

 

 그것만으로도 샌슨은 온몸이 얼얼한 기분이었다. 천천히 숨을 내쉬고, 정신을 다잡으면서 기델로가 자신을 안고 있는 지금을 제가 생각보다 더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네가 받아준다면 줄 깜짝 선물이 하나 더 있어."

 

 "이번에는 제대로 된 거야?"

샌슨은 조금 전보다는 조금 더 흥미진진해 하면서도 차분한 톤으로 물었다.

 

기델로는 샌슨의 귓가에 댄 채 키득거렸고, 그 소리에 샌슨은 떨림이 제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비록 샌슨은 의식하지 않고 있었지만, 눈앞의 손이 달빛에 마법같이 빛나는 루비가 박힌 반지를 보여주자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모그타가 갖다준 돌은 사실 보석[각주:3]이였어, 솜 알 산기슭 깊은 곳에서 캐낸거지. 네가 낄만한걸 만들고 싶어져서 요 몇달간 보석공예 연습을 하고 있었어."

 

 샌슨은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눈물이 터지려는걸 참으려,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누군가 이렇게 다정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저 하나만을 위해 이렇게 해 준 게 대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샌슨이 기델로의 품에 안겨 기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에도, 뒤에서 안고 있던 팔은 절대 풀리지 않았고, 샌슨은 기델로가 뒤에서 제 머리 위와 볼에 키스할 때의 입술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기델로가 늘 제 앞에서 웃던 이유, 샌슨이 그와 아무리 오래 붙어있으려 해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이유도. 기델로가 그 돌을 받은 지 한 달이 조금 더 넘었음을 생각하면, 여태까지 기델로는... 오직 샌슨만을 위해서, 혼자서 끊임없이 연습해왔다는 뜻이 아닌가. 그 깨달음이 거기까지 닿자 샌슨은 고개를 들어, 기델로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망설임 없이 키스했다.

 

 기델로는 마치 샌슨을 몇 년이나 갈망하고, 기다려왔다는 듯 열정적으로 응했다. 샌슨의 손이 기델로의 뒷머리칼을 그러쥐었을 때, 기델로는 더 깊이 키스했고 벌어진 입술 안을 혀로 휘감았다. 한 번의 키스만으로도, 기델로는 자신이 샌슨에게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챘다. 

 

 두 사람이 마침내 떨어졌을 때도, 서로의 숨결이 얼굴에 닿을 만큼 가까이 붙어 있었고, 샌슨은 기델로가 제 오른손을 끌어당기는걸 보고는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반지는 검지에 꼭 맞으며 끼워졌고, 샌슨은 절로 미소지었다. 기델로의 손에서 나온 온기는 흩어지지 않고 손가락 사이로 얽혔고, 그 손길에 샌슨은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언젠가는 내가 다음에 쓸 다른걸 하나 더 만들지도 몰라."

 

 슬며시 치고 들어온 힌트에, 샌슨은 의미를 깊이 곱씹어볼 겨를도 없이 한 번 더 세게 키스했다. 마치 여태까지 붙어있던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몸을 겹치면서, 샌슨은 까치발을 들고 기델로의 머리칼은 그러쥔 채였다.

 

 기델로는 키스를 받아주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샌슨은 입술이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미소에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Notes:

hey writing a love ballad is a little difficult, I feel for guydelot trying to do that shit on the daily

사랑 노래(가사)를 쓰는 건 조금 어려워요. 매일같이 이걸 하는 기델로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otherwise I already have another part for them in the works :')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더 쓰고 있어요 :')

 

feel free to follow me on twitter for my multi-fandom hellscape!!

- @ GAEBOLGNOVUS

저의 멀티팬덤[각주:4] 지옥을 자유롭게 팔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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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맥주의 일종.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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